아동기(6~11세)
아동기 심리사회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사회화의 과정을 통하여 아동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가치나 신념, 행동을 학습하면서 심리사회적 발달을 합니다. 아동의 사회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족, 또래 집단, 교사 및 학교, 각종 교육기관 및 대중매체 등 다양합니다.
1) 가족
가족은 아동의 사회화를 담당하는 첫 번째 기관입니다. 현대 가족 이론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단순한 일방향 모델로 이해하기보다 좀 더 포괄적인 사회적 체계로 접근합니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자녀 또한 부모의 행동과 자녀양육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수용합니다. 또한 가장 소집단인 가족은 더 큰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면서 항상 진화하는 상호 관련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Belsky, 1981). 부부관계가 원만한 가정의 자녀는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보다 훨씬 안정적인 심리사회적 발달을 보입니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자녀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인 역동 속에 있는 부부가 자녀에게 함께 애정과 신뢰감을 주는 가정환경은 아동의 건강한 심리사회적 발달을 위한 최적의 조건입니다. 자녀 또 한 직간접적으로 부모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충동적인 자녀는 어머니로 하여금 더욱 강압적이고 처벌 중심의 훈육방법을 쓰도록 만듭니다(Kochanska, 1993). 또한 통제적인 훈육방법은 자녀를 더욱 반항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따뜻함과 관심은 올바른 부모 역할 수행을 위하여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부모로부터 거부당한 느낌을 지니며 자란 아동은 성장 자체에 어려움이 있고 학령기에 들어와 많은 부적응을 보입니다.
- 이혼
핵가족의 보편화와 전통적 가족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가족 문제가 대두되었고 그에 따라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국내의 이혼율은 2000년대 들어 무려 두 배로 급증하였습니다. 최근 10년간 국내의 이혼율이 증가와 감소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8년 이혼숙려제와 같은 국가 정책의 도입으로 인하여 이혼율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이혼율 감소의 궁극적인 원인이 결혼율 자체가 과거에 비하여 낮아졌다는 점 등 다양한 변인의 영향을 받으므로 이혼율 감소를 지속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전망이라 볼 수 없습니다. 이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나, 무엇보다도 가족 가치관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 경제적 위기,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부모의 이혼은 아동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며 아동기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부모의 극심한 갈등, 이혼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 등은 부모의 이혼 후 아동을 부정적인 심리사회적 상황에 노출시킵니다. 또한 이혼 이후의 상황, 즉 한부모 가정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 그에 따른 삶의 질, 부모에 대한 깊은 원망 등은 아동의 건강한 심리사회적 발달을 지체시킵니다. 부모의 이혼에 따른 가족관계의 변화를 통하여 아동은 우울감 및 분노, 심지어 자기로 인하여 부모가 이혼을 한 것과 같은 죄의식을 지닙니다. 그에 따라 매우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유아기의 아동이 그와 같은 심리 및 행동 특성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초등학교 학령기의 아동은 비교적 부모의 이혼을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정현숙, 1993). 특히 비친권 부모와의 접촉이 많을수록 이혼 후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혼 가정 자녀는 일반 가정 자녀에 비하여 자아개념이 낮으며(이훈구, 2004), 자아효능감도 낮습니다(이순형, 이옥경, 김지현, 2005). 이혼 과정에서 보이는 부모의 갈등 상황에 노출된 아동은 부모의 공격적인 행동을 모델링하고, 분노와 폭발과 같은 감정 조절 상의 문제를 보이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또한 이혼으로 인하여 자녀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통제가 약화되므로 범죄 및 각종 일탈적인 행동에 빠질 위험이 높습니다.
이혼을 통한 가족관계의 붕괴가 아동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조에 대하여 우리는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신중하지 못한 이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혼에 따른 아동의 심리사회적 발달 저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2) 또래집단
학령기의 아동이 경험하는 세상은 가족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다면화된 외부 환경으로 확대됩니다.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동은 또래라는 중요한 집단과 만납니다. 또래란 사회적으로 동등한 사람들 또는 적어도 또래로 있는 동안에는 유사한 행동 수준에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연령대가 조금 차이가 나도 공통의 관심이나 목표를 추구하면서 서로의 요구에 맞추어 갈 수 있다면 또래 집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래에 대한 인식은 연령에 따라 변화합니다. 유아기에는 놀이를 같이 하는 존재로 또래를 인식하지만, 아동기에 들어오면 서로의 욕구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보다 상보적인 관계로 인식합니다.
또래 집단의 가장 중대한 기능은 사회화입니다. 친구를 통하여 아동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수용되는 것과 수용되지 못하는 것을 배우며 가치관을 학습합니다. 친구관계를 통하여 규칙을 배우고 타협과 협동심을 기릅니다. 친구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곧 자신을 지각하는 자아개념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아동에게 있어서 또래 집단은 부모나 교사와 같이 강화원과 모델링의 역할도 담당합니다. 아동의 행동은 또래가 하는 반응에 의하여 증가될 수도, 유지될 수도, 감소하거나 소멸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또래는 서로에게 사회적 모델로서의 영향을 미칩니다. 아동은 또래를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그 사회가 수용하는 바람직한 행동과 특성을 학습하며 또래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대화하고 행동합니다. 또한 각자에게 적합한 사회적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범을 배우면서 심리사회적 발달을 이룹니다. 즉, 또래는 자체 내의 규준을 가지고 아동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입니다. 또래 집단은 아동에게 상담자의 역할도 담당함으로써 공동의 관심사와 욕구, 흥미, 정서적인 문제에 대하여 서로 의논의 대상이 되며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또한 부모나 교사와는 별도로 자신들만의 관심거리인 어떠한 일을 도모함으로써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래 집단의 행동규범이나 집단 결정에 따르려는 경향성이 또래 동조성입니다. 또래들이 다양한 친사회적 행동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하자는 압력이 있을 때 아동이 그 압력에 따르게 될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친사회적 행동에 대해서는 연령이 증가하면서 또래에 대한 동조성이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반사회적 행동에 대해서는 동조성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Brown, Clasen, & Eicher, 1986).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적을수록, 또래 집단의 응집력이 클수록, 독립된 주체로서의 결정력이 약할수록 또래 집단의 영향력은 커집니다. 그러므로 또래 집단의 문화가 학업 성취도나 학교, 부모를 비롯한 성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면 그만큼 또래 집단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서적
신명희, 서은희, 송수지, 김은경, 원영실, 노원경, 김정민, 강소연, 임호용 공저, [발달심리학], 학지사, 2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