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기 (1~24개월)
인지발달 : 언어발달 과정
영아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워 나가는데, 이는 크게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로 나누어집니다. 수용언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지할 수 있는 언어이며, 표현언어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① 수용언어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영아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단어들을 재인할 수 있고, 간단한 지시, 자신의 이름 등 익숙한 단어를 들으면 이해하고 반응합니다.
일반적으로 2개월경에는 어휘 속의 음소들을 구별하여 들을 수 있고, 4개월경에는 말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변별하며, 7개월 경에는 반복되는 음절의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9개월경이 되면 친근한 어휘를 분절하여 들을 수 있으며 비로소 단어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초기 영아의 언어발달은 자신이 경험한 것에 국한됩니다. 예를 들면, 이 시기의 영아들은 자신이 가지고 노는 자동차만을 자동차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아는 10개월경에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평균 12~14개월 정도가 되면 경험과 관계없이 초기 단어의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부모의 보고에 의하면 이보다 훨씬 이른 약 8개월 정도에 영아가 단어를 이해하고 심지어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아가 초기에 이해하는 초기 수용단어는 주로 가족, 신체, 장난감, 동물, 아동이 즐겨하는 놀이 이름 등 사람 이름이나 사물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초기에 습득된 어휘들이 주로 영아의 경험과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되기 때문입니다. 16개월경이 되면 영아는 92~321개의 어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Fenson et al., 1994).
영아가 16~18개월에 이르면 점차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간단한 지시를 듣고 수용할 수 있으며, 문장에 나타나는 의미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4개월 영아는 주변의 친숙한 사물과 관련된 질문이나 지시를 50% 정도 이해하고, 18개월에는 70% 이상의 영아들이 지시를 이해하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곽금주 외, 2005).
그러나 이 시기의 영아는 대부분 자신이 들은 문장을 구문 구조보다는 문장에 포함된 일부 단어나 경험을 통해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이 시기의 영아들은 "기저귀 갈아야지?"라고 말했을 때와 "이제 기저귀 다 갈았다."라고 말했을 때 모두 새 기저귀를 들고 오는 행동을 보입니다.
② 표현언어
영아의 표현언어 발달은 울음, 옹알이 등의 초기 언어 단계에 속하는 전언어 단계와 한 단어 단계, 그리고 두 단어 단계인 전보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 전언어 단계(prelinguistic period, 출생에서 10~12개월)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처음 내는 소리는 울음이다. 아기의 첫울음을 숨을 내쉼으로 일어나는 순수한 반사 활동의 결과이지만, 점차 분화되고 특수화되면서 울음은 영아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의사소통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언어발달의 첫 단계는 울음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출생 후 1개월까지의 초기 울음은 미분화된 울음으로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생후 1개월이 지나면서 영아의 울음은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즉, 배고플 때, 졸릴 때, 아플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등 영아의 울음소리는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게 됩니다. 울음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패턴, 고저와 강도를 띠면서 분화되어 나타남으로써 이 시기 영아의 욕구를 표현하고 정확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 됩니다.
생후 1개월이 지나면서 울음 이외의 발성인 '구구..', '우우...'등과 같이 모음으로 구성된 소리 내기를 시작하다가 생후 2개월 이후부터는 이러한 구구 소리 내기(cooing)가 옹알이로 바뀝니다.
옹알이는 언어와 유사한 최초의 말소리로, 영아기 언어발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영아는 옹알이를 통해 음소를 획득함으로써 언어발달의 기반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옹알이를 영아가 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가장 많이 나타나며, 처음에는 옹알이를 자체가 주는 기쁨을 느끼기 위한 놀이 기능으로 옹알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차츰 엄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의 접촉과 그들의 반응을 통해서 그 소리가 변화되고 다양화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옹알이는 인간이 내는 거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음소 확장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때 영아는 옹알이 가운데 모국어의 음소와 유사한 것만 강화받게 됨으로써 음소 축소 현상도 함께 일어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아의 옹알이가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자주 쓰이는 모국어와 유사한 소리로 점차 바뀌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어머니나 영아를 돌보는 가족들은 영아의 옹알이에 반응하며 자극을 줌으로써 영아의 발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옹알이는 언어 발달의 촉진뿐 아니라 부모와의 상호 의사소통의 매개체 역할로 사용됩니다.
6개월경의 영아는 옹알이를 하다가 자신이 발성한 소리에 자극되어 '마마', '바바'등 의미 없이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 반복하는 자기 소리 모방을 보이고, 9개월경이 되면 의식적으로 주변 사람의 말을 모방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영아가 보이는 타인 소리 모방은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메아리처럼 따라서 말하는 것이라고 해서 반향어라고도 합니다. 또한 8~12개월이 되면 영아들은 보조 언어로 몸짓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잘 가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거나, 우유를 달라고 우유를 가리키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그 예입니다.
- 한 단어 단계(one word stage, 12~18개월)
영아는 생후 1년을 전후하여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18개월경까지가 언어발달에 있어 한 단어 단계입니다. 영아의 초기 어휘 습득은 느리게 진행되다가, 영아가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고 나면 어휘가 급격하게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 영아는 하나의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때 영아가 처음 사용하는 단어들은 초기 수용언어 발달과 마찬가지로 '엄마', '맘마' 등 사람, 동물, 음식, 신체 부위와 같이 일반적으로 영아에게 친숙한 사물이나 대상의 이름입니다. 이는 영아가 자주 접하는 상황이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첫 단어를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8~17개월 영아가 가장 많이 표현하는 언어는 일상생활 용어로는 까꿍, 네, 응, 빠이빠이, 엄마, 아빠, 맘마, 물, 까까, 멍멍이 등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장유경, 2004).
한 단어 단계에서 영아가 사용하는 이러한 하나의 단어는 단순히 하나의 대상을 자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시기의 영아가 "엄마"라고 말하는 것은 "엄마, 물 주세요." 혹은 "엄마, 저기로 가자" 등을 의미하며, "맘마"라고 하는 것은 "배고파요." "우유 주세요." 등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아들은 이 시기에 특히 사물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가리키는 사물의 이름과 그 의미를 빠른 대응 과정을 통해 학습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영아는 단어의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과잉 확대와 과잉축소의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흔히 보여줍니다. 과잉확대란 특정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를 대상에까지 일반화하여 확대해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개를 '멍멍이'라고 부르는 영아가 고양이나 송아지 등 네 발의 털달린 짐승을 모두 '멍멍이'라고 부른 ㄴ경우가 과잉확대 오류입니다. 이러한 과잉확대 현상은 지각적으로 유사하거나 같은 범주에 속해 기능 면에서 공통성이 있는 대상에 대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반대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단어를 특정 대상에게만 사용하는 경향성도 나타나는데, 이를 과잉축소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집 진돗개는 멍멍이라고 하지만, 이웃집 개 치와와는 멍멍이라고 하지 않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과잉확대와 과잉축소현상은 영아가 빠른 대응 과정을 통해 단어를 습득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오류로 해석됩니다.
- 두 단어 단계(two words stage, 18~24개월)
영아의 초기 어휘 습득은 느리게 진행되다가 16~24개월 정도에 이르면 단어 습득의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져서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이러한 어휘의 급격한 발달을 어휘 폭발이라고 합니다. Fenson 등(1994)은 15개월에는 평균 1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다가 20개월에는 50개 단어를 표현하고, 24개월에는 5배 이상인 250~300개 정도의 단어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30개월에 접어들면 여아는 대략 600개, 남아는 540개로 남아보다 여아의 언어발달이 더 빨리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8~36개월 중산층 영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장유경(2004)의 연구에서도 18개월경의 영아가 하루 평균 3~4개의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은희(2000)는 18개월 영아는 약 74개, 24개월에 약 311개, 29개월에는 약 482개의 단어를 표현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어휘 폭발은 단어가 사물, 사람 혹은 상황 등을 지칭한다는 것을 영아가 이해하기 시작하고, 인지적으로도 사물을 범주화함에 따라 단어 이름을 보다 많이 산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18~24개월이 되면 영아들은 두 개의 단어들을 연결하여 간단한 문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영아들은 "엄마, 과자." 우유, 더."와 같이 가장 핵심적인 단어만으로 문장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영아도 그 의미 전달을 위해 단어를 나열할 뿐 문법 규칙에 의해 문장을 형성하지는 못합니다. 이 단계에서 영아가 사용하는 언어는 마치 전보문처럼 조사나 접속사가 생략된 채 명사, 동사, 형용사 같은 중요한 내용들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단계의 언어를 전보식 언어(telegraphic speech)라고도 합니다. 이 시기에 영아는 자신이 듣는 수많은 단어로부터 동작과 대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는 단어의 차이를 깨닫기 시작하고, 나름의 규칙적인 배열을 통해 이를 표현하게 됩니다.
영아가 사용하는 문법적 형태소인 품사의 발달에 대해서는 국내외 연구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미국 영아는 동사보다 명사를 더 일찍, 더 많이 습득한다는 비교적 일관된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는 데 비해, 아시아권의 언어에 대해서는 불일치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술어를 문장 끝에서 강조하는 한국어 구조 특성상 동사를 먼저 습득한다는 연구 결과(Gopnik & Choi, 1990; Kim, McGregor, & Thompson, 2000)와 우리나라 영아도 미국 영아와 마찬가지로 명사를 더 빨리 습득한다는 연구 결과(장유경, 2004; 최은희, 서상규, 배소영, 2001; Dapretto, & Song, 1994)가 있습니다.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는 발달 속도에 있어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용언어는 표현언어보다 앞서 발달하며, 우리나라의 돌 직후,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표현어휘보다 수용어휘가 평균 3배 정도 더 많았습니다(장유경, 2004). 또한 수용언어는 꾸준한 성장을 보여 주는 반면, 표현언어는 2세 전후에 빠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차이는 영아가 이해는 하지만 발음이 어렵거나 의사소통의 가치가 적은 단어는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어발달은 가정의 소득 수준, 부모와의 상호작용 등 가정 환경의 영향에 따라 개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즉, 부모가 어떠한 언어적 환경을 제공하는가는 영아의 언어발달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옹알이 때부터 부모의 반응은 영아의 언어발달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영아의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다양한 몸짓과 풍부한 표현으로 대화해 주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아의 언어는 발달합니다.
참고서적
신명희, 서은희, 송수지, 김은경, 원영실, 노원경, 김정민, 강소연, 임호용 공저, [발달심리학], 학지사, 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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