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기 (1~24개월)
심리사회적 발달 : 기질
기질(temperament)은 애착과 더불어 중요한 심리사회적 발달 특성으로, 후기 성격발달에 기초가 됩니다. 기질이란 환경적 자극에 대해 개인이 안정 적으로 보여 주는 정서적 반응 양식을 말하며, 개인차의 근원으로 여겨집니다. 어떤 영아는 조용하고 느리게 행동하고, 어떤 영아는 잘 울고 보채며, 또 어떤 영아는 활동적이고 민첩합니다. 이렇게 영아는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기질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기질 연구자들은 영아의 기질은 타고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기질이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아동기나 성인기의 성격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1) 기질의 유형
영아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팔다리를 힘차게 흔들고 몸을 움직이려고 애쓰는 영아가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움직임이 거의 없는 영아도 있습니다. 또 외부의 자극이나 압력에 쉽게 울음을 터뜨리며 흥분하는 영아가 있는 반면, 쉽게 만족하며 잘 흥분하지 않는 영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질 연구자인 Thomas와 Chess는 1956년부터 시작된 뉴욕 종단연구(New York Longitudinal Study : NYLS)를 통해 영아의 기질을 진단할 수 있는 9개 범주의 행동 차원을 설정하였습니다. 이 9개의 범주는 활동성, 규칙성, 주의 산만성, 접근/회피, 적응력, 지구력, 반응 강도, 반응 역치, 일반적 정서 상태입니다.
이러한 9개의 차원을 토대로 영아의 기질을 순한 영아, 까다로운 영아, 반응이 느린 영아 등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순한 영아(easy child)는 수면, 식사, 배변 습관 등의 생리적 리듬이 규칙적입니다. 이러한 유형은 행복하게 잠에서 깨고,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서도 잘 놀며, 잘 먹습니다. 또한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사람들에게 미소를 띠며 쉽게 접근하고, 긍정적이며 명랑합니다.
까다로운 영아(difficult child)는 식사, 수면, 배변 습관 등의 생리적 리듬이 불규칙하고 조금만 불편해도 강한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새로운 상황이나 낯선 사람에게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아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유형은 자주 울고, 부정적이며 적대적인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반응이 느린 영아(slow to warm up child)는 새로운 상황을 접할 때 불안해 하며 위축됩니다. 환경적 자극에 대해 활발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변화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결국에는 적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아 중 약 40%는 순한 영아, 약 10%는 까다로운 영아, 그리고 약 15%는 반응이 느린 영아로 분류되었으며, 나머지 약 35%는 이 세 유형으로 분류될 수 없는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종단 연구에서 초기의 기질은 이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까다로운 영아의 79%가 자라면서 문제 행동을 보인 반면, 순한 영아는 약 18%만 이 자란 후에 문제행동을 보였습니다. 또한 까다로운 영아는 이후 학교생활이나 또래 관계 등에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반응이 느린 영아는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학령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Thomas & Chess, 1986).
그러나 기질은 유전적 요소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수정되고 변화되기 때문에 영아기의 기질 유형이 완전하게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2) 기질과 부모의 양육 행동
영아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행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까다로운 기질의 영아는 부모들을 혼란스럽고 좌절하게 하며, 우울하고 화가 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까다로운 영아의 부모들은 영아를 부정적으로 대하게 되며 기대도 덜 하는 양육 태도를 갖게 됩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순한 영아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에게 웃음, 애정 등 긍정적인 반응과 양육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영아의 부모 중에도 자신의 영아를 씩씩하고 도전적이라고 긍정적으로 여기며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부모가 있습니다. 반면 순한 영아의 부모 중에도 그들이 다루기 쉽기 때문에 내버려 두고나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부모의 양육 행동은 영아의 기질에 영향을 미쳐서 까다로운 영아라도 긍정적인 아동으로 성장하게 하기도 하고, 순한 영아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행동을 유발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영아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행동은 쌍방적 원칙에 근거해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부모와 자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영아의 유전적 기질은 변화를 겪으며 발달해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아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행동이 맞지 않을 때에는 문제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영아의 기질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이를 조화의 적합성(goodness of fit)이라고 합니다. 즉, 조화의 적합성이란 영아의 기질과 사회적 환경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적절한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양육자는 영아의 기질적 개인차를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에 맞게 민감하고 융통성 있게 반응해야 합니다.
성격
영아기는 Freud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의 구강기(0~18개월),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의 신뢰 대 불신(0~1세)에 해당합니다.
(1) Freud의 심리성적 발달이론
Frued에 따르면 구강기(oral stage)는 출생부터 18개월까지로, 성적인 욕구가 입으로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영아는 리비도가 입으로 집중되어 입, 혀, 입술을 통해 젖을 빠는 데서 쾌감을 느끼며 유아 성욕을 충족합니다. 영아는 자아중심적이고 자신의 욕구 중심적입니다. 다른 대상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자기애와 자아도취가 특징적입니다. 이 시기에 충분히 욕구가 만족되지 못하거나 과잉 충족을 하게 되면, 이 단계의 고착 현상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구강기적 성격이 됩니다. 과잉 충족되는 경우 의존적 성격이 될 수 있고,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손가락 빨기, 손가락 물어뜯기, 과식과 과음, 지나친 음주, 흡연, 약물남용 등의 특성이 나타납니다. 구강기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면 낙천적이고 먹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 됩니다. Freud는 성격발달에 있어 초기의 경험을 중요시하며, 특히 이 시기 어머니의 수유를 통한 영아의 욕구 충족을 강조하였습니다.
(2)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Erikson에 따르면, 0~1세에 해당하는 1단계에서 영아는 최초의 사회적 관계인 어머니를 통해 신뢰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영아에게 있어 최초의 가장 중요한 존재로서, 이 시기의 영아가 가지는 사회적 관계는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입니다. 어머니는 음식이나 애정을 통해 영아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며, 이를 통해 영아는 어머니를 신뢰하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영아는 자신의 기본적인 필요 충족의 지속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 안전감, 낙관성,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발달시킵니다. 하지만 이때 어머니가 영아의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일관성 없는 양육행동, 거부적 태도를 보여 주면 영아는 좌절하고 불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신뢰감 혹은 불신감은 발달단계의 전 과정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즉, 인생 초기 단계에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은 후에 맺게 되는 모든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는 영아가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 민감하게 영아의 요구를 알아차려 반응해 주어야 합니다. 영아는 기본적 욕구 충족을 통해 어머니가 곧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거나 고통을 덜어 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영아는 이러한 경험에 기초해 앞으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 형성의 바탕이 되는 기본적 신뢰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참고서적
신명희, 서은희, 송수지, 김은경, 원영실, 노원경, 김정민, 강소연, 임호용 공저, [발달심리학], 학지사, 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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